김민재 SSC 나폴리 경기 직관 후기 (+ 주의사항)

안녕하세요, 세리에 1R 헬라스 베로나 vs 나폴리 경기 직관 후기입니다.

 

 

경기장 들어가자마자 운 좋게 1층 게이트에서 나폴리 선수 훈련하는걸 볼 수 있었습니다. 경기장 만석은 아니었지만 홈팬 헬라스 베로나의 위세가 장난이 아니었네요.

 

 

나폴리 원정석에는 대한민국 국기도 걸려있었습니다. 아마 저 말고도 한국 분들 몇명 오셨을거라 생각합니다. 김민재 선수 경기 활약은 다들 생방이나 하이라이트로 보셨을테니 제가 따로 상세히 언급할건 없지만 엄청 열심히 그리고 적극적으로 플레이하는 모습이 인상 깊었네요.

 

 

본론으로 (+주의사항)이라고 남기고 알려드리고 싶은 내용입니다. 저는 일부러 꾸르바들 피해서 중앙 좌석을 예매했지만 거기도 엄청 과격한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인종차별 챈트 수시로 날리고 어쨌든 시작부터 느낌이 별로였는데 나폴리가 1:1로 추격 골을 넣었을 때 사달이 났습니다. 

 

제 자리로부터 5 열 정도 뒤에서 어떤 50대 남성 한분(나폴리 팬으로 추정)이 "Forza Napoli~!"를 크게 외쳤고 그 즉시 사람들이 달려들어 욕설을 퍼붓고 몸 싸움이 일어났습니다. 진짜 그 사람 주변에 앉은 사람은 전부 자리를 피해야 할 정도였고 안전요원이 와서 말려도 컨트롤이 안 됐습니다.

 

 

흥분한 사람들이 그 남성에게 나가라고 했지만 자기는 베로나 욕한적 없고 나갈 이유 없다며 버티기 시작해서 사태는 더 악화 됐습니다. 심지어 10대 중반정도 되어 보이는 딸이랑 같이 있었는데 홈팬들은 아랑곳하지 않고 매우 심한 욕과 함께 몸으로 위협하면서 당장 꺼지라고 했습니다. 근데 더 어이없는건 그 여자아이가 욕하는 사람들한테 손으로 하트 날리면서 계속 떠들어 보라고 도발하더군요. 자기네 안나간다고 ㅡㅡ;;

 

결국 그 남성과 같이 온 그룹은 경기장을 떠났지만 그 후에 또 2차전이 벌어졌습니다. 당시에 그 남성을 위협하던 과격한 팬들을 나무라고 제지 했던 다른 베로나 팬들이 있었는데 이 사람들과 또 충돌이 생겼어요. 과격한 팬들은 "베로나 사람도 아니다 니네가 수치스럽다" 뭐 이런얘기하고 말렸던 사람은 "아이고 애국자 납셨다, 니네 최고다" 이런식으로 비꼬면서 또 몸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끝에는 옹호하던 사람들도 자리를 떠났고, 제 와이프는 몸을 떨 정도로 너무 놀라고 충격을 받아서 저도 그냥 같이 나와버렸습니다. 와이프는 이제 축구 보러가는거에 트라우마가 생겼다고 하네요.

 

 

저는 이 사건으로 포르자 나폴리 외친 사람, 과도하게 난리친 홈팬들 둘 중 누가 잘못이다 얘기하고 싶은게 아니라 직관 가시는 분들이 조금 더 안전하고 재밌게 이탈리아 축구를 즐기고 좋은 추억을 남기고 오셨으면 하는 마음으로 후기를 남깁니다.

 

이탈리아에 1년 넘게 살면서 축구 (deep하게) 좋아하는 사람에 대한 인식이 정말 안좋다고 느껴왔는데 왜 그런지 제대로 봤네요. 베로나 팬들만 문제고 위험하니 조심해야 된다는게 아니고 이탈리아 어느 지역을 가나 축구에 죽고 사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관광으로 직관 갔을때 정말 조심하시라고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김민재 선수 때문에 나폴리 홈이든 밀라노, 로마 등 대도시 원정 경기에 직관 가실 분들이 계실텐데 꼭 경기장 좌석 위치 잘 확인하시고 원정 때는 나폴리 레플이나 머플러 같은 것도 잘 숨기고 다니셔야 합니다. 원정석 아니라면 중앙 좌석에서도 웬만하면 티 안내는게 좋구요. 

 

나도 몇년도에 원정 직관 갔었는데 아무 문제 없더라, 원정 팬 레플 입어도 유쾌하게 받아주더라 이런 분들도 계실건데 네, 그럴수도 있지만 아닐수도 있어요.

 

저도 직관 10번 넘게 다니면서 마인드가 좀 해이 해 졌었는데 이번에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됐습니다. 그 10번 중에 1번 내가 피해를 입으면 지울수 없는 아픈 기억이 되리라 생각합니다. 그래서 직관 시에 문제 될만한 행동은 꼭 자제하시라 말씀드리고 싶네요. 조심해서 나쁠거 없으니까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